
[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수원시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며 ‘참여민주주의의 교과서’를 쓰고 있다. 청소년의회가 발의한 제안이 실제 조례와 정책으로 연결되며, 청소년 스스로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청소년 제안, 조례 개정으로 이어져
지난 7월 수원시는 ‘청소년의 건전한 사회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청소년의회 인권위원회가 제안한 '실효성 있는 도박 예방 교육 강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인권위원회 소속 7명의 청소년의원은 주변 또래들의 도박 문제를 발견하고, 실태 조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육 의무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제안은 정종윤 시의원의 발의를 거쳐 조례 개정으로 구체화됐고, 마약·도박·디지털 성범죄 등 청소년 유해환경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제안 대표자인 조활언 군(매탄고 2학년)은 “청소년의회에서 논의한 의견이 실제 조례에 반영되며 우리의 목소리가 존중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환경정책 제안, 정책으로 실현
청소년의회의 아이디어는 시 행정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체육환경위원회 청소년의원 9명이 발의한 ‘깨끗한 수원을 위한 환경정책’ 제안은 쓰레기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투명페트병 무인회수기 확대 설치였다.
이 제안은 청소자원과로 전달돼 실제 실행으로 이어졌다.
올해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권선청소년청년센터에 회수기가 추가 설치돼 ‘청소년 제안이 곧 정책’이 되는 모범 사례를 남겼다.

44명 청소년의원, 5개 상임위 활동
2025년 수원시 청소년의회는 44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수원시의회와 동일하게 5개 상임위원회(기획경제·보건복지·체육환경·도시미래·청소년인권)를 운영 중이다.
청소년의원들은 워크숍과 상임위 활동을 통해 정책을 기획하고, 임시회에서 안건을 발의·심의한다.
지난 8월 2일 열린 임시회에서는 총 13건의 안건이 상정돼 ▲학생참여예산제 도입 ▲개인형이동장치 안전강화 ▲버스 내 음성안내 도입 ▲어린이보호차량 창문 현수막 부착 금지 ▲버스정류장 그린루프 조성 등 8건이 가결됐다.
일상에서 청소년이 직접 체감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활 밀착형 제안이었다.
장민영 의장(매향여고 3학년)은 “의회 활동을 통해 다른 친구들의 목소리를 듣고 교류할 수 있어 시야가 넓어졌다”며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7년간 30건 제안, 시정 반영 사례 증가
수원시 청소년의회는 2018년 출범 이후 총 30건의 제안을 내놨다.
연도별로는 ▲2018~2019년 6건 ▲2021년 11건 ▲2022년 6건 ▲2023년 3건 ▲2024년 4건이며, 도박 예방 교육 강화·페트병 회수기 확대 등 일부는 조례와 정책으로 연결됐다.
시는 청소년의회 활동을 정책 실험실이자 아이디어 뱅크로 활용하고 있다.

청소년 정책 참여 기회 확대
청소년의회 외에도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교육의회 등 다양한 참여 기구가 운영 중이며, 약 90명의 청소년이 정기적으로 활동한다.
특히 매년 열리는 ‘청소년 정책 제안대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무대로, 올해 대회에서는 ‘똑!똑한 수원형 청소년 등교 지원 정책’이 대상을 차지했다.
시 관계자는 “청소년의회는 청소년들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장”이라며 “앞으로도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