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한때 미군의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던 이 마을이 21일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매향리 평화기념관' 개관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평화기념관 1층 다목적홀에는 화창한 봄날과 어울리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개관식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정명근 화성특례시장과 화성특례시의회 배정수 의장, 미7공군 레이첼 도이트라고 소령을 비롯한 내외빈과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 시장은 기념사를 통해 "매향리 주민들의 끈질긴 투쟁과 인내가 있었기에 오늘 이 기념관이 평화의 상징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며, 주민대책위원회 전만규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또한 "기념관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현장을 방문하여 주민의 아픔을 듣고 이를 건축 언어로 표현한 덕분에 더욱 의미 있는 공간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배 의장 역시 축사에서 "이곳이 더 이상 슬픔의 이름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평화의 중요성을 배우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념관이 가지는 상징성을 강조했다.
매향리는 1951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2005년까지 미 공군 폭격 연습장인 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됐다. 주민들은 수십 년간 포격 소리와 삶의 터전을 잃는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저항했다. 결국, 1998년 주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04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어 2005년 8월, 쿠니사격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곳에 평화기념관 건립이 추진되었다.
기념관 설계를 맡은 마리오 보타는 매향리의 역사를 "아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땅"이라 표현하며, 주민의 이야기를 공간에 담아냈다. 원형의 기념관 건물은 역사를 상징하는 존치 건물들을 포용하는 형태로,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미래의 평화를 향한 메시지를 건축적으로 구현했다.
2024년 12월 임시 개관 이후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 이곳은, 이제 화성 남부권을 대표하는 핵심 문화복합시설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기념관은 주민과 시민이 함께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 세대가 평화의 중요성을 배우는 공간으로 계속 발전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미 7공군 사령관을 대신해 참석한 도이트라고 소령은 "매향리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며, 이곳이 진정한 평화와 협력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포성과 슬픔으로 가득했던 매향리는 이제 평화와 공존의 상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