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깊은 신뢰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공정한 인사’와 ‘소통하는 행정’이라는 교육행정의 기본조차 무너졌다는 비판이 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진 고위 공무원 A씨의 반복된 인사 이동과 퇴직, 그리고 썰렁한 교육감 기자회견장은 그 상징적 장면이다. 두 사건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도교육청의 조직 문화, 인사 철학, 대언론 인식이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정당한 평가 없는 인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임태희 교육감이 취임 이후 단행한 정기 인사만 6차례. 그 가운데 특정 인사에 대한 5번의 자리 이동은 유례가 드물다.
특히 전임 교육감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반복적 전보를 겪고, 결국 정년 6개월을 앞두고 명예퇴직한 A씨의 사례는 인사의 본질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공직자에게 인사는 곧 명예이자 책임이다. 조직의 신뢰는 인사가 정의롭고 투명하다는 확신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정반대다. 아무리 교육감의 인사권이 재량이라 해도, 특정인의 능력과 헌신을 고려하지 않은 처분은 ‘조직적 배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상위 공직자들의 말 없는 동요가 그것을 증명한다. ‘누가 다음 차례일지’ 모른다는 공포는 조직 전체를 병들게 만든다.
“도교육청 기자회견이 왜 외면당했는가”
같은 날, 같은 시간. 용인시 기자회견장엔 100여 명의 기자가 몰렸고, 경기도교육청 기자회견장은 반도 채우지 못했다.
전임 교육감 시절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그 현장의 온도차는 단순한 '관심'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신뢰의 격차다.
도교육청은 그동안 지역 언론과의 접점을 사실상 단절해 왔다. 보도자료는 일방적이고, 정책 설명은 형식적이었다.
언론은 귀를 막은 행정을 보도할 이유가 없다. 교육감이 외치는 메시지는 시민과 언론을 통하지 않고는 닿을 수 없다.
기자들이 “거길 왜 가야 하느냐”고 묻는 순간, 도교육청의 홍보 전략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이다
교육은 성과로 평가받는 산업이 아니다.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행정도, 인사도, 소통도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도교육청은 방향을 잃었다. 성과 홍보에는 열심이면서, 조직 구성원과 시민의 목소리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자칫 잘못된 인사가 ‘메시지’가 되고, 외면당한 기자회견이 ‘심판’이 된다.
도교육청은 지금이라도 물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를 향해 일하고 있는가.” 정책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과, 시민과, 현장의 교사와 학생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행정의 진짜 힘이다.
임 교육감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권위로 통치할 것인가, 신뢰로 소통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교육청이 잃은 것을 되찾아야 한다.
인사에는 정의를, 행정에는 배려를, 언론에는 존중을. 그것이 교육자로서의 첫 마음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