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겨울철 약 3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고양 장항습지가 드론 기술과 시민참여를 결합한 새로운 생태 보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양특례시는 장항습지에서 드론을 활용한 철새 먹이 공급과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서식지 안정성을 높이는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단순 보호를 넘어 기술·참여·자원순환을 결합한 도시형 생태보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장항습지는 2021년 국내 24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수도권 최대 철새 도래지다. 재두루미와 개리,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 33종과 천연기념물 24종이 확인된 지역으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P) 핵심 기착지로도 알려져 있다.
겨울이 되면 논습지와 갯벌, 버드나무 숲을 중심으로 철새들이 먹이와 휴식을 위해 몰려든다. 재두루미는 갯벌 생물과 무논의 곡물을 먹고 집단으로 잠자리를 이루며, 개리와 큰기러기, 큰고니 등 대형 조류도 안정적인 먹이 환경을 찾아 장항습지를 찾는다. 여름철 활동하던 말똥게가 남긴 토양 구조는 겨울철에도 생태계 순환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시는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을 대비해 드론 급식 사업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회당 약 2.5톤씩, 총 25회에 걸쳐 약 64톤의 볍씨 등을 드론으로 살포할 계획이다.
드론을 활용하면서 서식지 훼손과 인력 접근 위험을 줄이고,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가능성도 낮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드론 급식을 본격 도입한 이후 AI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고, 재두루미 개체수 증가와 분포 안정화 등 가시적 효과가 나타났다. 현장에는 자원봉사자와 드론 자격을 갖춘 농민·공무원이 함께 참여해 안전 교육과 방역 절차를 병행하고 있다.
자원순환 기반 보전도 특징이다. 시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등을 통해 확보한 볍씨와 압수 곡물, 기업 기부 자원 등을 철새 먹이로 전환해 보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관리 과정에서 축적된 드론 영상과 생태 데이터는 장항습지 환경 변화를 분석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 같은 관리 모델은 국제사회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장항습지는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와 국제 습지 워크숍 현장 학습지로 선정돼, 도시와 생태가 공존하는 사례로 소개됐다.
시 관계자는 “장항습지는 기술과 시민, 자연이 연결된 생태 관리의 실험장”이라며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생태도시 모델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