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고양특례시가 추진해 온 공립박물관 건립 사업이 추가경정예산 삭감으로 다시 제동이 걸렸다. 박물관 건립의 출발점인 타당성 조사 용역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이 답보 상태에 머물게 됐다.
고양시는 5천 년 전 가와지 볍씨와 조선왕릉 등 지역의 대표 역사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할 시 직영 종합박물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시에 따르면 현재 5대 특례시 가운데 시가 직접 운영하는 종합박물관이 없는 곳은 고양시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고양시 안에서 보존·전시되지 못하고 타 지역 수장고 등에 분산 보관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도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립박물관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추경에서 타당성 조사 용역비가 삭감되면서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과 재정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기회 자체가 막혔다.
시는 타당성 조사가 무리한 투자를 막고 사업의 방향을 점검하기 위한 기본 절차인데, 이 단계부터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전체 사업 일정도 불확실해졌다고 보고 있다.
고양시는 박물관 부재가 단순히 전시 공간 부족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후대에 전승할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지역 문화유산 보존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문중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희귀 유물이나 가문의 자료를 고양시에 기탁하거나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는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공개할 박물관 건립 여부가 불투명해 결정을 미루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문중 관계자는 “조상의 유산을 고양시에 남기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이를 맡길 공간이 확실하지 않아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며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박물관 건립 방향이 조속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그동안 공립박물관 건립을 위해 학예연구 인력을 채용하고 유물 구입을 진행하는 등 행정적 준비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본 절차인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부터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박물관 건립은 단순한 시설 조성이 아니라 고양시가 어떤 도시로 기억될 것인지와 맞닿아 있는 문제”라며 “기증과 기탁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건립 기반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향후에도 공립박물관 건립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관련 절차를 다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