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수원시장, 듣는 정치로 도시를 설계하다

  • 등록 2025.12.19 09: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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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운지’에서 시작된 정책 이전의 대화
홍보 아닌 공론, 성과보다 과정에 주목

 

[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정책은 보통 숫자와 계획으로 설명된다. 예산 규모, 사업 효과, 성과 지표가 먼저 나온다. 하지만 실제 정책의 방향은 보고서보다 훨씬 앞선 곳에서 정해진다. 바로 사람들의 삶과 경험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직접 진행하는 ‘이재준의 더 라운지’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회의실이 아닌 작은 테이블에서, 보고서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도시를 이야기한다. 이 프로그램은 정책을 설명하기보다 정책이 만들어지기 전,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 라운지는 흔한 시정 홍보 영상과 다르다. 성과를 나열하지 않고, 행정의 결론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대신 시장은 질문하고, 시민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다.

 

더 라운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별한 유명 인사가 아니다. 중소기업 대표, 골목상권 사장, 돌봄 현장의 종사자, 집수리를 고민하는 시민, 청년 창업가, 현장 공무원, 전통 산업을 잇는 청년들이다.

 

이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하나다. 이들은 정책의 ‘지원 대상’이 아니라, 정책이 출발해야 할 지점이라는 점이다. 더 라운지는 시민을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세운다.

 

지역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움직인다

 

1화는 반도체 부품 기업 ㈜코아칩스 오재근 대표와의 대화로 시작된다. 중소기업이 겪는 현실은 단순하다. 기술 개발은 필수지만 비용 부담은 크고, 인재를 키우면 떠날까 걱정해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의 연속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정책 문구가 얼마나 추상적인지 실감하게 된다. 중소기업은 통계가 아니라 한 사람의 결단과 책임, 그리고 버티는 시간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화 ‘은행원과 짜장면’에서는 박광석 신화춘 사장의 삶이 펼쳐진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골목상권으로 들어온 이유, 매출보다 더 힘든 하루하루의 지속, 단골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에피소드는 소상공인 정책의 핵심을 짚는다. 지원금보다 중요한 것은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다. 정책이 단기 처방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돌봄과 주거, 삶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다

 

3화는 돌봄 이야기다. 예사랑재가복지센터 이행순 센터장은 돌봄을 단순한 서비스로 보지 않는다. 누군가의 집에 들어가 삶을 함께 나누는 일이고, 감정과 책임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복지 정책을 다시 보게 만든다. 돌봄은 예산 항목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점, 그리고 지역사회와 행정이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4화는 집수리 이야기로 이어진다. 건축시공기술사 안정찬 씨는 기술적인 설명을, 개인택시기사 김태붕 씨는 생활 속 체험을 이야기한다. 집이 낡았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삶의 자신감과 안전이 흔들린다는 의미라는 점이 강조된다.

 

집수리는 결국 삶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 에피소드는 주거복지가 왜 단순한 주택 공급 문제가 아닌지를 쉽게 설명한다.

 

청년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는 동료

 

5화는 청년 창업가들의 이야기다. 드리머스 사회적협동조합 최수빈 대표와 스타트업 ‘넛지’ 민정근 대표는 성공담보다 실패와 불안을 먼저 말한다. 시도했다가 멈춘 경험, 다시 도전하기까지의 고민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더 라운지가 보여주는 청년의 모습은 분명하다. 청년은 보호만 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 시민이라는 시선이다. 이는 기존 청년 정책의 접근과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행정과 골목,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6화는 공무원 이야기다. 허순옥 사회복지팀장과 현장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행정이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민원을 처리하고, 제도를 설명하고, 때로는 욕을 먹으면서도 버텨야 하는 현실이 담담하게 전해진다.

 

이 에피소드는 공무원을 비판의 대상으로만 보던 시선을 바꾼다. 행정은 추상적인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7화에서는 다시 소상공인이 등장하지만, 이번에는 ‘달인’이라는 관점이다. 김성길·진항용 대표의 이야기는 한 분야에서 오래 쌓아온 기술과 경험이 지역경제의 자산임을 보여준다. 지역경제는 단순한 소비 구조가 아니라 사람의 시간과 숙련 위에 서 있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도시 전략이다

 

8화는 막걸리를 통해 도시의 얼굴을 이야기한다. 김윤환·이항주 대표는 전통을 그대로 두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전통을 이해한 뒤,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이 장면은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전통, 청년, 문화, 산업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과 이야기가 얼마나 깊게 연결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재준의 더 라운지’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정책은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하는가. 도시는 누구의 이야기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이 설명자가 아니라 청취자의 자리에 앉았다는 점이다. 완성된 정책을 말하기보다, 정책이 나오기 전의 삶과 고민을 시민과 함께 나눈다.

 

그래서 더 라운지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향을 가리킨다. 수원시의 정책은 회의실에서 만들어지기보다, 시민의 삶을 먼저 듣는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종성 기자 l680502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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